단풍같은 신앙인(10월31일, 화)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엡5:16).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물드는 것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을 바람이 가슴을 적실 때면 독실한 신앙인이셨던 고 김승현 시인의 “가을의 기도”라는 시가 떠오르곤 합니다.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엔 호올로 있게 하소서……”

 

가을은 계절적으로 보면 인생의 황혼기와 같습니다. 가을의 아름다움처럼 신앙의 황혼도 더 아름다워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성경에는 인생의 황혼이 결코 아름답지 못했던 사람들도 기록되어 있고 정말 아름다운 황혼을 보낸 분들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굳이 인생의 황혼이 아름답지 못했던 분을 꼽는다면 역설적이게도 저는 솔로몬왕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에게 퍼부어졌던 찬사와 그의 업적을 보면 당연히 인생의 황혼이 더욱 아름다웠어야 했다는 기대감에 대한 실망때문입니다.

솔로몬 왕은 이스라엘의 역사상 가장 태평스러웠고 가장 부강했던 시대를 구가했고 가장 지혜로운 왕으로 평가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젊은 왕 시절에 다른 나라와 정략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정략결혼으로 후궁을 칠백 명 그리고 첩을 삼백 명을 두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정복하게 될 때 이방인들과 통혼하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반드시 이스라엘백성들의 마음을 돌려 우상숭배를 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왕상11:2).

솔로몬왕은 결국 이방 아내들 때문에 다른 신들을 섬기는 죄를 범하게 되었습니다(왕상11:3). 다른 왕 같았으면 하나님께서 그 당대에 비참하게 만드셨겠지만 다윗왕에게 약속한 것이 있으셨기 때문에 솔로몬왕 사후에 나라가 나누어지는 것으로 처벌하셨습니다. 아픔의 분단국가로 나누어지는 비극은 솔로몬왕의 황혼이 왠지 어둡고 초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인식할 사이도 없이 흘러가는 것이 세월입니다. 가까이 사랑하던 사람들이 한 둘 이 땅을 떠나기 시작할 때 가을 낙엽은 더욱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시편에 모세는 “우리의 평생이 순식간에 다하였나이다”(시90:9)라고 표현했고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90:10)라고 고백했습니다.

이런 빠른 세월속에서 신앙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더욱 아름다운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보배처럼 빛나는 영광입니다.

단풍을 보면서 문득 무상한 세월과 황혼을 생각하게 됩니다. 단풍은 봄의 파릇함과 여름의 강렬한 녹색의 세월을 보내고 맞이하는 자랑스러움과 아름다운 마무리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자기 자신의 존재에 최선을 다한 여정의 마무리입니다. 이제 나무에서 떨어져 땅의 밑거름이 되려는 그 마지막 절정의 아름다움은 그래서 너무 감동적입니다. 지나가는 계절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존재성을 잘 마무리하고 이제 마지막 아름다움을 남기며 떠나는 단풍진 낙엽을 보면서 세월의 낭비가 없이 자신의 삶에 충실한 “단풍같은 신앙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가을 바람처럼 가슴에 스며듭니다.

 

시카고포도나무교회 김경환목사 [단풍같은 신앙인]